<KNK특허법률사무소 디센터 기고문>
https://decenter.sedaily.com/NewsView/1VKGSTKOV8/GZ05
인터넷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놓고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과 함께 특허 전략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디센터는 첨단 기술 기업들의 특허 및 상표 업무에 특화된 KNK특허법인과 함께 블록체인 특허에 대한 시리즈 기고를 게재합니다. 기술 기업 관계자 및 독자 여러분들의 특허 관련 궁금증을 풀어드리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앞선 편에서는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라는 특징에 의해 백서를 공개하는 형태와 백서의 내용을 특허로 보호하는 전략을 살펴보았다. 이번 편에서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노드들이 자유롭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인데 왜 특허가 필요한 가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블록체인 백서 공개와 유사한 목적으로 이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오픈소스(open source)라는 코드 공개 형태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오픈소스에도 특허가 존재할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라고 공개시킨 코드에 왜 특허를 받아 놓느냐라고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오픈소스에도 특허가 존재한다.
우리를 열광시켰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전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는 강화학습이라는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였지만, 해당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기 전 이미 특허를 출원하여 현재 해당 특허는 등록된 상태이다. (딥마인드 강화학습 특허 번호: US9679258B2).
이는 자신의 생태계 안에서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 자에게 특허권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유지에 반하는 목적으로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 자에게 특허권을 행사하기 위함이다. 또한, 오픈소스 생태계 안에 있는 사용자들을 경쟁업체의 특허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하기 위함이다.
이런 관점에서, 블록체인과 관련된 오픈소스 생태계, 특히 탈중앙화 세상에서 특허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 살펴본다. 먼저, 블록체인(특히, 퍼블릭 블록체인)의 생태계에서 채굴 노드들과 토큰 홀더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위협하거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이슈로는 하드포크가 있다. 하드포크는 이전 버전과 호환이 안 되면서 블록체인이 둘로 나뉘어질 수 있는 포크를 말한다. 이때 모든 채굴 노드들이 하드포크를 찬성하지 않는 경우 체인은 둘로 나뉘어지게 되고, 양 진영의 해시파워(Hashrate)에 따라 블록체인의 운명이 결정되거나 체인이 둘로 나뉘어진 채로 남게 된다.
하드포크 역사의 시작으로 The DAO 해킹 사태로 인한 이더리움 하드포크가 있다. 현재의 이더리움은 2016년 7월 20일 1,920,000번째 블록에서 The DAO 해킹을 복구하는 트랜잭션을 추가하여 하드포크 된 체인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기본적인 철학을 강조하는 진영에서는 기존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유지하자는 주장을 하였고, 이로 인해 2016년 7월 폴로닉스(Poloniex)에 이더리움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기습 상장되었다.
이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생태계 참여자들에게는 패닉을 안겨주는 사건이었다. The DAO 해킹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논의와 협의 끝에 하드포크를 결정하였으며, 하드포크 성공 후에 모든 문제가 정리된 듯했다. 그러나 이더리움 클래식이 기습적으로 상장됨으로 인하여, 기존의 DAO 해킹으로 이더리움을 탈취했던 해커는 이더리움 클래식을 거래소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득을 취하게 되었다. 결국 비탈릭 부테린이 이끄는 이더리움 진영에서는 큰 혼란이 초래되게 되었고, 이런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비탈릭 부테린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은 이더리움 클래식이 아닌 이더리움을 지지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결국 이더리움 하드포크 결정으로 인하여, 해킹 전으로 롤백된 블록체인으로 새로 출발할 수 있었지만, 폴로닉스의 기습상장으로 인하여 해커가 The DAO 해킹을 통한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반쯤은 성공이고 반쯤은 실패한 셈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특허는 그 생태계에 참여한 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탈중앙화 세상에서도 특허는 그 탈중앙화 세상에 참여한 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언뜻 특허권은 독점권으로 탈중앙화 정신이 반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비탈릭 부테린 또는 이더리움 재단이 이더리움 기술에 대한 특허권 또는 ‘이더리움’에 대한 상표권을 갖고 있었다고 가정해보면, 채굴 노드 및 마이닝 풀 업체를 압박하면서 폴로닉스 상장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고, ‘이더리움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하여 해커가 취한 이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드포크로 인해 블록체인 생태계에 혼란을 준 사건은 최근에도 있다. 바로, 비트코인 ABC와 비트코인 SV간의 하드포크 전쟁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것은 본래의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 ABC 진영과 비트코인 SV 진영의 해시파워 대결로 인하여 비트코인의 해시파워를 비트코인 ABC를 지원하는데 사용됨으로써 비트코인의 시세가 폭락하였던 사건이다.
크레이그 라이트(Craig Wright)가 실제 사토시 나카모토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지금의 비트코인 생태계에 혼란과 불확실성을 선사하면서 피해를 준 것은 확실하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한 사람의 인물인지 단체인지는 아직도 불확실하다. 그러나,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대한 특허나 상표권을 등록하였다면, 비트코인 캐시 및 비트코인 SV로 이어지는 포크로 인한 생태계 혼란으로부터 비트코인 생태계 참여자들을 보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거듭 주장해 온 크레이그 라이트가 세운 회사인 엔체인(nChain)은 단일회사로는 가장 많은 블록체인 특허출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블록체인 특허출원 건수가 총 666건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블록체인 특허를 이용하여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하드포크를 막아, 비트코인 SV 채굴 노드 및 생태계 참여자들을 보호하고 자신들의 이득도 챙기고자 하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 케이앤케이 양정하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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